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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항구,선박을 해양 문화공간으로의 탈바꿈

by 강이의홈 2025. 8. 13.

한때 활발히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던 항구와 선박도 세월 앞에서는 멈춰선다. 새로운 교통 수단의 등장, 산업 구조 변화, 해운업 불황 등으로 인해 일부 항구는 기능을 잃었고, 오래된 선박은 폐선 대기 상태로 방치됐다.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녹이 슬고 구조물이 부식되며, 도시 미관과 안전 문제를 일으키는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오늘은 방치된 항구, 선박을 해양 문화공가능로 탈바꿈한 사례를 소개 하려고 한다.

방치된 항구,선박을 해양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방치된 항구,선박을 해양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멈춘 물결 위에 새겨진 역사 : 재생 프로젝트의 시작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이런 공간과 선박을 철거하거나 폐기하는 대신 ‘재생’하는 시도가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항구와 선박이 가진 고유한 매력 — 넓은 수변 공간, 탁 트인 전망, 독특한 구조와 역사성 — 을 살려, 문화·관광·교육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다.
재생 프로젝트의 목표는 단순히 건물과 배를 다시 쓰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해양 정체성을 보존하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기획자들은 항구를 복합 해양문화공간으로, 선박을 호텔·전시장·박물관 등으로 변신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이고, 바닷가를 다시 도시 생활의 중심 무대로 만들었다.

 

국내외 사례

국내 : 항구와 선박의 두 번째 항해
부산 감천항 ‘아트마을’ 변신
부산 감천항 일대는 한때 어업과 물류의 중심이었지만, 산업구조 변화로 활기를 잃었다. 이후 지역 예술가와 주민들이 힘을 모아 벽화, 설치미술, 문화센터를 조성하면서 ‘감천문화마을’로 재탄생했다. 비록 원래의 어항 기능은 줄었지만, 항구 특유의 수변 경관과 예술이 어우러져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목포 근대항구 재생 프로젝트
목포시는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옛 항만 창고와 부두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활용했다. 창고 내부는 전시관과 카페, 해양 체험 프로그램 공간으로 바뀌었고, 부두에서는 해양 콘서트와 축제가 열린다. 과거 목포항이 해상무역의 중심지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는 동시에, 시민과 관광객이 바다와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폐선의 호텔화 — 여수 ‘호텔형 유람선’
여수에서는 오래된 유람선을 전면 개조해 호텔로 변신시킨 사례가 있다. 선실은 객실로, 조타실은 전망 라운지로 바뀌었으며, 갑판은 야외 레스토랑과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된다. 바다 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경험은 일반 호텔에서 얻기 힘든 특별함을 제공한다.

 

해외 : 세계가 주목한 해양 재생 공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SS 로테르담’ 호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는 한때 대서양 횡단 여객선이었던 SS 로테르담이 있다. 1959년 건조된 이 거대한 선박은 2000년대 초반 운항을 멈췄지만, 전면 리노베이션을 거쳐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 컨퍼런스 센터로 재탄생했다. 지금은 바다 위에서 묵을 수 있는 독특한 숙박지로,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관광 명소다.
스웨덴 예테보리 ‘고타 엘브(Göta Älv) 항구 재생’
스웨덴 예테보리의 고타 엘브 강변 항구는 산업 활동이 줄어들자 버려진 부두와 창고를 개조해 미술관, 디자인 숍, 해양 박물관으로 변신시켰다. 항구 옆에는 해양 테마 레스토랑과 카페거리가 형성되어, 예술과 바다가 공존하는 문화지구로 자리잡았다.
미국 샌디에이고 ‘USS 미드웨이 박물관’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는 한때 미 해군의 항공모함이었던 USS 미드웨이가 해양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항공기 전시, 가상 비행 체험, 해양 역사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대형 선박이 가진 웅장함과 해군 역사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

 

방치된 항구와 선박을 해양 문화공간으로 재생하는 일은 단순히 공간을 다시 쓰는 차원을 넘어, 지역의 바다와 역사를 보존하며 새로운 경제와 문화를 창출하는 작업이다. 항구는 도시의 얼굴이자 교류의 상징이고, 선박은 한 시대의 기술과 이야기를 품은 유산이다.


성공적인 재생 프로젝트의 핵심

원형 보존과 현대적 편의성의 균형이다. 선박의 구조나 항구의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방문객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지역 사회와의 연계는 주민과 상인, 예술가가 함께 참여해야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
차별화된 콘텐츠로 단순히 공간만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 프로그램·전시·공연 등 스토리를 담아야 한다.
녹슨 선체와 쓰러진 부두가 다시금 사람들의 웃음과 음악 소리로 가득 차는 순간, 그곳은 과거의 기억을 간직한 채 미래를 향해 항해를 시작한다. 바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그 위에서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