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는 모두 급속한 경제 성장과 에너지 수요 증가를 경험하고 있는 국가이며, 동시에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클린에너지 산업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두 나라의 정책 방향과 정부 주도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정책적 기반과 정부 주도의 전략 차이
중국은 국가 주도의 장기 계획과 산업정책을 바탕으로 태양광, 풍력, 배터리 산업에서 압도적인 세계 점유율을 확보했다. 14차 5개년 계획(2021~2025)에서 이미 신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확대와 에너지 저장 기술 개발을 핵심 과제로 지정했고, 정부 보조금과 저리 대출, 인프라 투자를 통해 기업들의 성장을 강력히 지원했다. 이러한 체계적이고 중앙집권적인 정책 운영은 중국이 태양광 패널, 리튬이온 배터리 등 분야에서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반면 인도는 상대적으로 분권화된 정치·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중앙정부의 일관된 정책 추진력은 중국보다 약하다. 그러나 인도 역시 국가 태양광 미션과 국가 전기차 미션을 통해 클린에너지 보급을 국가적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통해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제조를 자국 내에서 확대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인도 정부는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해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정책을 제공하며, 해외 투자 자본을 활용해 산업 기반을 빠르게 성장시키려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국가 주도의 강력한 계획 경제적 접근을 통해 빠른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인도는 민간 투자와 해외 자본 의존을 바탕으로 점진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기반의 차이는 양국의 클린에너지 경쟁력 구조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제조 경쟁력과 기술 혁신 능력의 격차
클린에너지 산업 경쟁력에서 제조 능력과 기술 혁신은 핵심 요소다. 이 점에서 중국은 인도보다 뚜렷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이미 태양광 패널의 70% 이상, 리튬이온 배터리의 80% 이상을 전 세계에 공급하며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다. 대규모 생산 시설과 공급망 통합 능력, 그리고 저렴한 제조 단가는 중국 기업들의 가장 큰 강점이다. 또한 CATL, BYD 같은 기업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기술력과 규모 면에서 글로벌 경쟁자들을 압도한다. 중국 정부의 R&D 지원, 지방정부 차원의 산업 클러스터 조성,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이런 성과를 뒷받침했다.
인도는 상대적으로 제조 기반이 약하며, 아직까지는 주요 부품과 원재료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의 경우 인도 내 설치 용량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모듈의 7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한다는 점은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다만 인도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현지 생산 확대를 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국적 기업과 합작해 기가팩토리 건설을 진행 중이며, 자국 내 광물 자원 개발도 강화하고 있다.
기술 혁신 측면에서도 중국은 이미 글로벌 특허 출원 수와 연구 성과에서 앞서 있다. 태양광 고효율 셀 기술, 배터리 에너지 밀도 개선, 풍력 터빈 대형화 기술 등에서 중국 기업들은 선진국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일부 분야에서는 오히려 앞서 나가고 있다. 인도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인재 자원이 풍부하고 글로벌 IT 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 기술 역량은 향후 스마트 그리드,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 디지털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요소다.
따라서 현재는 중국이 제조 경쟁력과 기술 혁신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인도는 기술 도입과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시장 규모와 국제 협력에서의 기회와 도전
중국과 인도의 클린에너지 산업 경쟁력 비교에서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시장 규모와 국제 협력 구조다. 두 나라는 모두 인구가 10억 명이 넘는 거대 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클린에너지 산업의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2023년 전기차 판매량이 전체 신차 판매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용량도 전 세계에서 가장 크며, 국내 수요 자체가 글로벌 산업을 견인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내수 시장의 규모와 안정성은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있어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반면 인도는 아직 전기차 보급률이 낮고, 전력망 인프라가 불안정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에너지 시장’으로 꼽히며, 향후 전력 수요 증가율이 중국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농촌 전력화와 도시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인도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든다.
국제 협력 측면에서도 양국은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에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수출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산업 경쟁력이 아니라 외교적 영향력 확대 수단으로 기능한다. 인도는 미국, 일본, 유럽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기술 협력과 투자 유치를 통한 산업 성장에 집중한다. 특히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서방과 가치 동맹을 공유하기 때문에, 국제 협력에서 비교적 유리한 외교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결국 중국은 내수 시장의 압도적 규모와 글로벌 확장 전략을 무기로 삼고 있으며, 인도는 잠재적 성장성과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현재는 중국이 앞서 있지만, 인도의 빠른 성장과 글로벌 협력 확대는 향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