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음’ 청년의 급증과 고학력자 비중의 확대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거울과 같습니다. 교육과 노동시장의 단절, 불안정한 일자리 구조, 그리고 사회적 지원 체계의 미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청년들이 스스로 노동시장에서 물러나게 만드는 것입니다. 오늘은 쉬고있는 고학력자 청년들 현실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통계로 드러난 현실: 빠르게 늘어나는 ‘쉬었음’ 청년
최근 통계청과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 사회 청년층이 직면한 현실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드러납니다. 2015년 기준 약 39만 명 수준이었던 이른바 ‘쉬었음’ 청년이 2024년에는 약 59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10년 만에 약 20만 명이 증가한 셈이며, 이는 단순한 수치적 변화가 아니라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쉬었음’ 상태로 분류된 청년은 구직활동을 하지도 않고, 학업이나 직업훈련에도 참여하지 않는 집단입니다. 전통적으로 청년층의 일시적 휴식이나 자기 계발 기간이 포함되기도 했지만, 최근의 추세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평균적으로 ‘쉬었음’ 상태로 분류된 기간은 22개월 이상이며, 약 10%에 달하는 청년은 4년 이상 노동시장 밖에서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 선택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생산성과 미래 성장 잠재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위기라 할 수 있습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성별과 학력별 분포 변화입니다. 여성 청년의 ‘쉬었음’ 비율은 남성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출산·육아 부담, 경력 단절 우려 등 구조적 요인과 맞물려 있습니다. 또한, 고학력 청년의 ‘쉬었음’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특히 우려스럽습니다. 이는 학력이 높을수록 오히려 적합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기대 수준과 현실 사이의 괴리로 인해 노동시장 진입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즉, ‘쉬었음’ 청년의 증가는 단순한 일자리 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의 불균형, 교육제도의 한계,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의 취약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볼 수 있습니다.
고학력 청년층의 역설: 학위는 늘어나는데 일자리는 없다
우리 사회에서 고등교육 진학률은 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학 진학률은 이미 70%를 웃돌고 있으며, 석·박사 과정에 진학하는 청년들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고학력 인재의 증가는 곧바로 안정적인 취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학력이 높을수록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거나, 기대에 부합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사학위 소지자의 미취업 문제입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의 약 30%가 취업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30세 미만 청년 박사의 경우 미취업률이 절반에 달했습니다. 이는 고도의 전문 지식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계와 학계가 이를 흡수할 충분한 구조를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고학력 청년이 노동시장에서 배제되는 현상은 개인 차원에서는 삶의 불안정성과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사회적으로는 투자 대비 효율의 하락을 의미합니다. 학위 취득까지 들어간 교육비와 시간은 개인과 사회 모두의 자원 낭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노동시장에서는 ‘경력을 요구하는 신입 채용’이라는 역설적인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학업에 매진해온 청년일수록 사회 진입에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은 청년층의 좌절감을 확대시키고 있으며, ‘학력 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로 설명되곤 합니다. 즉, 더 높은 학위를 취득해도 사회적으로 기대하는 성과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점차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학력 청년들이 꿈꾸던 연구직, 전문직의 기회는 한정되어 있고, 일반 기업 취업시장에서는 오히려 ‘과잉 스펙’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이는 결국 청년들로 하여금 노동시장에서 스스로를 배제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파급효과와 해결을 위한 과제
‘쉬었음’ 청년과 고학력 미취업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국가의 성장 동력과 직결된 사회적 위기입니다. 생산 가능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장기간 방치된다면 국가 경쟁력은 심각하게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장기 미취업은 개인의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 우울감·자존감 하락·사회적 고립 등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청년층의 출산 기피, 가구 형성 지연으로 이어져 저출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까요?
첫째, 교육과 노동시장의 연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현재 대학 교육은 여전히 학문적 성취에 치중되어 있으며,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 역량과의 괴리가 큽니다. 따라서 산학협력 프로그램, 현장 실습 기회, 산업 맞춤형 교육과정을 확대해야 합니다.
둘째, 경력 없는 청년을 위한 채용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기업들이 ‘경력 있는 신입’을 선호하는 현실은 구조적으로 청년 취업을 가로막습니다. 공공기관과 대기업부터 청년 맞춤형 채용 비중을 확대하고, 초기 직무 적응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셋째, 사회 안전망의 보강도 필수적입니다. 장기간 미취업 상태의 청년들에게 단순한 생활 지원금을 넘어, 재교육과 심리 상담, 경력 전환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청년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노동시장 재진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 설계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청년층의 인식 개선도 필요합니다. ‘학력=성공’이라는 기존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다양한 직업 경로와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이는 정부와 교육기관, 기업, 그리고 사회 전반의 문화적 전환이 함께 이뤄져야 가능한 과제입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일자리를 늘리는 것만이 아닙니다. 청년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실패와 좌절을 반복하지 않도록 사회적 제도를 정비하는 일입니다. 청년이 건강하게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다면, 그 대가는 결국 우리 모두가 치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