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빈 상가는 단순한 공실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활력과 공동체성을 갉아먹는 구조적 문제다. 그러나 동시에 그 공간은 새로운 기회를 품고 있는 잠재적 자산이기도 하다. 창업, 문화, 공유, 생활서비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활용된다면, 빈 상가는 오히려 도심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오늘은 어떻게 이 공간을 다시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어모으는 곳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주제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도심 속 빈 상가, 도시 활력을 갉아먹는 그림자
도심을 거닐다 보면 ‘임대문의’라는 문구가 붙은 빈 상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때는 북적이던 상권이었지만, 경기 침체와 소비 패턴 변화로 인해 상가 공실률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으로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이 줄어들었고,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흐름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거리는 상권의 매력을 잃고, 빈 상가들은 도시 경관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는다. 단순히 건물이 비어 있는 것을 넘어, 지역 경제와 공동체의 활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을 초래하는 것이다.
도심의 빈 상가는 단순한 ‘공간 문제’가 아니라, 경제·사회·문화적 종합 문제로 봐야 한다. 상업시설의 공실은 주변 상권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투자 회피와 인구 유출로 연결된다. 결국, 도심의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빈 상가 문제는 도시 전반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과제라 할 수 있다.
빈 상가 재활용을 위한 다양한 접근 방식
도심의 빈 상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임대료를 낮추는 것 이상의 접근이 필요하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공간의 성격을 다양화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방안들이 대표적이다.
첫째, 창업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고비용 때문에 창업을 망설이는 청년 창업자나 소상공인들에게 빈 상가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일정 기간 임대료를 지원하거나, 공용 설비를 제공해 창업 초기 비용 부담을 줄여준다면 상가의 활용도는 높아진다. 실제로 일부 도시는 ‘청년몰’이나 ‘청년 창업거리’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빈 상가를 청년들의 실험적 비즈니스 무대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상권을 새롭게 활성화시키는 데 긍정적 효과를 낳는다.
둘째, 문화·예술 공간으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상업적 기능을 잃은 상가라도, 전시 공간, 공연장, 커뮤니티 센터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예술가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면, 도심의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이 증대된다. 이는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지역 주민들에게도 새로운 여가 문화를 제공한다.
셋째, 공유형 상가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다. 한 개의 큰 상가를 여러 사업자가 나누어 사용하거나, 시간 단위로 공간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창업자들은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팝업스토어, 공유 오피스, 공유 주방 등이 상업 공간 활용의 성공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넷째, 생활밀착형 서비스 공간으로 재편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고령화가 심화되는 지역에서는 상가를 건강관리 센터, 노인 돌봄 센터, 작은 도서관 등으로 바꾸는 것이다. 주민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기능을 제공한다면, 상가 공간은 다시금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어모으는 중심지가 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도심 회복을 위한 조건
도심 빈 상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임대 정책을 넘어서, 도시 전반의 지속 가능한 회복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조건을 짚어볼 수 있다.
첫째, 민관 협력의 제도적 뒷받침이다. 빈 상가 활용은 민간의 자율성에만 맡길 수 없으며, 공공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자체는 상가 리모델링 비용 지원, 임대료 보조, 세제 혜택 등 현실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건물주와 임차인 간의 협력 모델을 조율하는 중재자 역할도 맡아야 한다.
둘째, 지역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같은 빈 상가라도, 대학가와 전통시장, 도심 오피스가 밀집한 지역은 각기 다른 수요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일률적인 정책보다는, 지역 특성에 맞는 콘텐츠와 기능으로 상가를 재편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대학가 주변은 청년 창업과 문화 활동, 전통시장은 지역 특산품과 관광 연계, 오피스 밀집 지역은 공유 오피스나 점심 특화 푸드존 같은 활용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셋째, 장기적 관점의 도시 재생 비전이 필요하다. 빈 상가 문제는 결국 도시 구조 변화와 직결되므로, 단기적 대증요법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구 감소, 온라인 시장 확대, 교통망 변화 등 거시적 흐름을 고려한 도시 재생 전략 속에서 빈 상가 활용 방안이 위치해야 한다. 도시를 하나의 유기적 생태계로 보고, 상업 공간이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넷째, 주민 참여와 커뮤니티 기반이 필수적이다. 결국 상가가 다시 살아나려면, 그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주민들이 직접 기획·운영에 참여하는 방식은 단순히 ‘상업 공간의 재활용’이 아닌, ‘지역 공동체의 재생’으로 이어진다. 주민들의 애착과 주인의식이 생긴 공간은 쉽게 버려지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