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매립지는 오랫동안 도시의 ‘보이지 않는 뒷마당’으로 취급되어 왔다. 불필요한 폐기물과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는 곳이지만, 그 특성상 악취·해충·환경오염 문제로 인해 주민들에게 기피 시설로 여겨졌다. 오늘은 쓰레기 매립지를 예술적으로 변신하여 사람들이 기피하는 시설이 아닌 모이게 만드는 장소로 변화시킨 경우를 설명하려고 한다.
혐오시설에서 창조적 공간으로
쓰레기 매립지는 20세기 후반부터 환경 문제와 도시 재생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부 도시들은 버려진 매립지를 단순히 복원하는 수준을 넘어 예술과 문화의 장으로 변모시키는 과감한 시도를 시작했다.
예술가와 도시 설계자들은 매립지를 단순한 ‘녹지’로 바꾸는 대신, 그 땅이 가진 역사와 흔적을 창작의 재료로 삼았다. 폐기물의 흔적, 땅의 기형적인 굴곡, 특이한 지형은 오히려 창조적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결과적으로, 매립지는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문화적 상징으로 부활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미관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쓰레기 매립지가 예술 공간으로 바뀌면, 환경 복원과 창작 활동이 결합된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모델이 가능해진다. 주민과 예술가, 행정이 함께 협력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의미도 깊어진다.
세계의 쓰레기 매립지 예술 변신 사례
미국 시애틀 ‘가스 웍스 파크(Gas Works Park)’
시애틀의 가스 웍스 파크는 사실 전통적인 쓰레기 매립지라기보다, 산업 시설 폐허와 폐기물 부지가 결합된 공간이었다. 과거 가스 제조 공장이 있던 곳이 폐쇄되면서 남은 금속 구조물과 오염된 부지를 완전히 철거하지 않고, 일부 산업 시설을 그대로 살려 예술적 오브제로 재해석했다. 녹지와 조형물, 산책로가 결합된 이곳은 현재 시애틀 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식 공간이자 관광 명소가 되었다.
영국 런던 ‘하켄니 마쉬스(Hackney Marshes)’
런던 동부의 하켄니 마쉬스는 한때 대규모 쓰레기 매립지였지만, 20세기 후반에 들어 시민 단체와 예술가들이 중심이 되어 복원 작업을 시작했다. 단순히 잔디밭으로 만드는 대신, 폐자재를 활용한 설치미술 작품과 야외 공연장이 함께 조성되었다. 특히 지역 청년 예술가들이 직접 참여하는 ‘아트 인 더 마쉬’(Art in the Marsh) 프로젝트가 큰 호응을 얻으며, 버려진 땅이 지역 커뮤니티의 창작 허브로 변신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쓰레기 소각장이 있다. 바로 아마게르 바케인데, 이곳은 단순한 폐기물 처리 시설을 넘어, 옥상에 인공 스키 슬로프와 하이킹 코스를 조성해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레저·예술 공간으로 변신했다. 건물 외벽에는 LED 조명과 대형 예술 작품이 설치되어, 밤에는 하나의 거대한 미디어 아트 타워로 변한다.
한국 인천 ‘드림파크’
인천 수도권 매립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쓰레기 매립지였지만, 일부 구역이 ‘드림파크’라는 친환경·문화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에서는 국제 조각 심포지엄, 환경 예술 전시, 야외 음악회 등이 열리며, 폐기물 처리장이라는 이미지에서 완전히 탈바꿈했다. 특히 ‘매립지 조각공원’ 구역은 폐자재를 활용한 예술 작품이 전시되어, 환경과 예술이 만나는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예술이 만든 환경·사회적 변화
쓰레기 매립지를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단순한 미화 작업이 아니다. 첫째, 환경적 변화가 크다. 매립지 토양과 지하수를 정화하고, 안전하게 봉인한 후 그 위를 예술·문화 공간으로 조성하면, 장기적으로 환경 복원 효과를 가져온다. 자연 회복과 창작 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둘째, 사회적 가치가 크다. 과거 기피 시설이었던 공간이 시민의 문화·여가 중심지가 되면, 지역 주민의 자부심이 높아지고 공동체 결속이 강화된다. 특히 주민 참여형 예술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공간을 ‘내 것’으로 느끼게 해, 장기적인 유지·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셋째, 경제적 파급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버려진 매립지가 관광지나 문화 명소가 되면 방문객이 늘어나고, 주변 상권이 활성화된다. 런던 하켄니 마쉬스나 인천 드림파크처럼, 대규모 행사와 전시가 열리면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수익이 발생한다.
결국, 예술은 쓰레기 매립지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뒤집고, 도시와 환경, 사람을 연결하는 변화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러한 변신은 ‘환경 복원 + 창작 + 지역 발전’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매우 드문 성공 모델이다.
쓰레기 매립지를 예술로 재탄생시키는 일은 단순한 미관 개선이나 환경 사업이 아니라, 도시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작업이다. 과거의 상처를 숨기지 않고, 그 위에 창작과 상상의 꽃을 피우는 과정은, 우리 사회가 환경과 문화를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제 매립지를 바라보는 시선은 바뀌어야 한다. 혐오와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창의적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의 땅이다. 세계 곳곳에서 성공적으로 변신한 사례들이 보여주듯, 예술은 환경을 치유하고, 사람을 모으며, 도시를 다시 살아 숨 쉬게 만든다.